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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30 포털을 비껴나는 서비스 (6)

포털을 비껴나는 서비스

지난 토요일에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났다. 같은 나이, 같은 학교, 같은 학번, 그리고 모두 IT People이다. 각자 하는 일도 다르고, 관심 분야도 다르지만 실은 공통적으로 엮이는 부분이 더 많은 친구들이고, 또한 무척 따뜻한 심성을 가진 친구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벼운 이야기부터 아주 진지한 이야기까지 모두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다.

그날 NHN에 다니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회사에는 서비스가 하도 많아서, 이제 사내에서도 잘 파악이 안돼." 그러고보니 네이버의 서비스들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서비스 전체보기를 클릭해봐도 잘 모르겠다. 우리는 그의 말을 듣고선 황당하다는 듯 소리내어 웃었지만, 실은 웃을 일만은 아니었다. 유머라고 하기엔 우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포털은 우리 곁에 무척 가까이 있다. 싸이월드와 네이버에는 모든 것이 다 있고, 사용자들은 딱히 다른 공간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을 매료시킬 만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한다고 한들, 포털에서 똑같이 만들어서 추가해버리면 그만이다. 만박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무대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포털을 비껴나는 서비스"는 없는걸까?

거칠게 분류하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포털에서 하지 않는 서비스, 포털에서 할 수 없는 서비스. 포털에서 하지 않는 서비스의 예로는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동영상 사이트들을 들 수 있다. NEXON에 다니는 친구가 지적한대로, 1시간짜리 동영상을 포털에서 다 올리게 해줄 필요가 없다. 10분짜리면 모를까. 포털은 검색과 제휴로 컨텐츠만 끌어오면 된다. 한편 포털에서 할 수 없는 서비스의 예는 먼 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바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태터툴즈, 혹은 메타사이트 올블로그는 포털이 줄 수 없는 가치를 나에게 준다. 포털 업체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오픈한다고 해도 똑같은 가치는 생겨나지 않는다. 이 가치는 반드시 기능이 더 훌륭해서 발생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쩌면 브랜드 혹은 기업 이미지 자체가 가치인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다양한 웹 2.0 서비스들은 "포털을 비껴나는 서비스"에 속한다. 포털에서 하지 않거나, 포털에서 할 수 없거나. 이와 같은 상대적인 분류법이 옳은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다.

웹 2.0 기업이라 불리는 위자드웍스표철민 CEO가 ZDNet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인터뷰 동영상 참조) 모든 사용자들이 포털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보장되는 Ecosystem이 마련된다면 인터넷 환경은 지금보다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보다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위자드닷컴, 국내의 다양한 포털 사이트, 개인화 페이지, 혹은 여타의 다른 사이트들이 시작 페이지의 비율을 고르게 나눠가질 시점은 요원하다. (위젯과 개인화, 그리고 시작 페이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지금 이 시점에도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포털을 비껴나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개념들을 가지고 씨름하기도 한다. "포털을 비껴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는 다양한 후보들 중의 하나는 새로운 SNS다. 비공개 덧글로 확인한 결과, 이미 많은 사람들이 SNS를 기획하고 있는 모양이다. 당연하다. 싸이월드처럼 "전 국민이 다 모여있는" 서비스가 풀어줄 수 없는 부분을 뚫는 새로운 SNS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인터넷 서비스의 부침을 돌이켜 볼 때, 어쩌면 싸이월드는 이미 성숙기를 지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싸이월드는 대단한 뒷심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전히 강자다. 그러나 오히려 싸이월드가 아니고, 네이버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SNS가 탄생할 여지는 충분하다. "물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고,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닌 "쿨한 브랜드"여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특정 집단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서 그럴 수도 있다.

국내 시장과 비교하면 해외에는 상대적으로 다종다양한 SNS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서비스들을 그대로 가져와봤자 별다른 소득이 있을 리 없다. 해외 시장은 온라인 환경은 물론, 오프라인 환경까지 모두 다른 상황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판 facebook을 오픈한다고 해서 승산이 있을까? 대답은 No다. 커뮤니티/SNS 시장의 경우, 한국의 사용자 성숙도는 특히 높은 편이다. 단순히 신선한 아이디어, 발상의 전환만으로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는 없다. 진지한 research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 stage에 대한 차분한 진단, target user 계층에 대한 이해, 문화적 욕망과 트렌드에 대한 꾸준한 관찰을 계속 해온 사람들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보편적인 rule은 있다. 커뮤니티/SNS 시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 각자의 경험치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것. 다음 SNS 시장의 승자가 누가 될지 기다려진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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